인터넷 쇼핑몰 사기 피해에 대해 실제 사업자가 아닌 명의만 빌려준 속칭 바지사장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는 인터넷 쇼핑몰 사기 사건 피해자 최모씨가 사업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빈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3639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빈씨는 실제 사업을 운영할 김모씨에게 그루빗이라는 사업자 등록을 대신 해주고 대금 결제에 필요한 예금 계좌의 명의도 제공했다'며 '빈씨는 김씨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가전제품 판매업을 할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빈씨를 영업주로 오인한 최씨에 대해 김씨와 연대해 매매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빈씨에 대해 상법상의 명의 대여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빈씨가 대금을 빼돌리는 데 가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은 명의 대여자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2011년 12년 '가전제품 최저가'를 표방한 인터넷 쇼핑몰 '그루빗'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6500여만원을 빈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 김씨는 최씨를 비롯해 구매 고객들이 송금한 40억여원을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를 통해 받은 뒤 잠적했고, 수사결과 빈씨는 명의만을 대여한 속치 바지사장 이었을뿐, 사기범행은 김씨가 혼자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검찰은 빈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최씨는 '빈씨가 사업자등록과 계좌명의를 빌려준 책임이 있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냈다. 1,2심은 '빈씨는 명의만을 빌려줬을 뿐, 김씨가 돈을 빼돌린 부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제 사업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리를 인터넷 쇼핑몰의 사업자 명의 대여자에게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